1970년, 일본 국철은 ‘DISCOVER JAPAN’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캠페인을 진행했다. 일본 각지의 매력을 발굴한다는 취지의 캠페인은 여성을 중심으로 반향을 얻어, 당시 일본에서는 개인 여행 붐이 일어났다.
최근의 일본 관광과 관련한 키워드를 꼽자면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성심을 다해 손님을 모신다'는 의미의 일본식 접대정신) 와 ‘바쿠가이’(爆買い, 중국인 일본여행자 중심의 싹쓸이 쇼핑)' 두 가지다. 어쩌면 이런 유행어가 일본 관광업계의 중심이 내수에서 외수로 이동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게 아닐까.
물론 이러한 업계의 흐름은 2020년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영향도 크다. 그러나 그 배경은 2008년 일본 관광청이 시작한 ‘관광입국 일본’ 프로모션에 의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국가적인 프로젝트인 것이다.
매년 2월 일본에서 열리는 ‘HCJ’*는 이러한 관광산업을 아우르는 일본 최대 규모의 전시회다. 호텔, 여관 등 숙박시설은 물론, 주방, 음식서비스 등의 음식부문, 급식, 도시락 등의 케이터링 관련 기업이 집결해 일본의 ‘오모테나시’의 본 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 이 넓은 범위의 전시회 중, 먼저 호텔 등 숙박시설 부문을 살펴보기로 하자.
<HCJ2016飲食・厨房分野のレポートはこちら>
*HCJ: 호텔, 여관, 관광, 각종 시설의 ‘국제 호텔/레스토랑 쇼(HOTERES JAPAN)’, 급식, 점심식사, 도시락의 ‘푸드 케이터링 쇼(CATEREX JAPAN)’, 주방, 음식서비스 등의 ‘주방설비기기전(JAPAN FOOD SERVICE EQUIPMENT SHOW)’, 이 3개 전시회의 영문 명칭 머릿글자를 딴 전시회이다.
호텔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본 시장에 맞춘 침대들
도쿄빅사이트 동 4홀. 전시회가 없는 평소에는 콘크리트 바닥이 차가운 인상을 주는 이 장소가 카페트에 덮여 마치 호텔의 객실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호텔 체류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은 수면이라고 한다. 즉, 침구는 숙박시설의 퀄리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설비다. 그렇다 해도 침대는 침대. 과연 지금까지의 침대를 뛰어넘는 개선의 여지란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먼저 일본 최대 침구제조사의 부스를 찾았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은 가족 여행입니다. 때문에 2인실에 어린이용 침대를 넣어 3인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해결책으로 엑스트라 베드의 높이와 매트리스 크기를 부모용 침대와 거의 비슷하게 고안했다고 한다. 또한 공간 활용이 가능한 설계로, 호텔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객실 단가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관광객 대응은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해외 업체에 따르면, 특수 젤을 함유한 매트리스를 내놓고 일본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단단한 침구를 좋아한다”면서 “지역성이나 고객의 요구를 분석해 최고의 수면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해외 메이커는 매트리스 아래에 작은 센서를 설치하는, 완전히 새로운 발상의 침대를 선보였다. 수면의 맥박, 호흡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 수면의 질이나 무호흡 증후군 등 신체 이상까지도 수면 중 진단할 수 있는 구조다.
이렇게 최신식 침대를 살펴보고 있자면, 단순히 폭신폭신하고 깨끗하기만 해서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각 침구 제조사들이 연구한 결과가 숙박시설의 매상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리노베이션 등 대규모 공사 전에, 침구 교체를 검토하는 숙박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문화와 기술의 융합이 세계에 전하는 감동의 품질
물론, 숙박시설의 가치는 침구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색다른 시설이나 서비스 품질도 중요하다. 한 마디로, 객실 문을 열었을 때 ‘와!’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무언가가 요구된다. 이런 아이디어가 담긴 부스를 소개한다.
취재팀이 눈길을 빼앗긴 것은 나무의 온기를 내세우는 가구가 전시된 부스다. 창립 90년을 넘은 이 업체는 제품마다 느낌이 다른 천연목을 살린 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장인정신과 삼나무를 굽히는 고유의 프레스 기술, 디자인이 어우러진 것으로, 서양식과 일본식을 막론하고 센스 있는 가구로 재탄생하게 된다.
전시회장을 둘러보다 나무로 만든 욕조를 발견했다. 다양한 재질과 모양의 욕조들, 제조 공정의 발전으로 100년 간 깨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제품도 있다. 욕실 관련용품 제조사를 중심으로, 일본식 목욕의 매력을 세계에 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매일 욕조에 몸을 담구는 문화도 서양에서 보면 특이한 문화다. 일본에서는 일본식 목욕 문화를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에 등록시키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목욕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 HCJ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온천&사우나 세미나’가 열렸다. 전 강연이 만원 사례를 할 정도로 대성황을 보였다. 온천, 목욕탕 시설을 외국인을 비롯한 관광객 유치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업계 전반의 높은 관심이 엿보였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와!’라는 감탄사를 자아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제품은, 세계 업계를 선도하는 일본의 화장실 용품이다. 전시회에서 소개된 최신 모델은 물줄기의 흐름을 변화시켜 기존에 비해 약 70%의 절수 효과가 있다. 또한 물을 전기 분해해 살균 효과를 갖게 하고 청결도를 높일 수도 있다. “누구나 사용하는 화장실이기에, 가급적 간편하게 기분좋은 환경을 정돈할 수 있게 하자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습니다.” 제품 담당자는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전시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자면, ‘당연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을 추구하려는 개발자들의 근성에 압도당하게 된다. 이러한 근성의 원동력은 고객을 향한 환대 의식이 아닐까.
IT 활용 다국어 서비스로 인건비 최소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인해 ‘언어의 장벽’을 어떻게 해결하는 지가 관광산업 전반의 과제가 되고 있다.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인재 채용은 비용면에서 부담이 크다. IT를 통한 관광산업 지원 기술을 살펴보자.
먼저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에게 친숙한 호텔의 셀프 체크 시스템. 투숙객에게 편리한 것은 물론, 프런트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할 수 있다.
최근 주력하고 있는 것은 객실 내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 로봇이다. 귀여운 외형에, ‘내일의 날씨는?’ ‘추천하는 레스토랑은?’ 같은 질문에 답해 주거나, 실내 온도, 조명 제어 등을 사람을 대신해 조작해 준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향후 다양한 언어 대응을 가능케 하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실제로 호텔에 도입되는 날이 기다려진다.
또한 각 점포에서 외국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라면 면세 관련 수속이 아닐까. 이러한 수요에 부응해 전자기기 업체들은 최소한의 과정으로 여권 첨부용지까지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또한 프로젝터를 활용한 다언어 접객시스템도 전시됐다. 터치패널에서 언어를 선택하면 투영되는 CG모델의 입모양까지 해당 언어에 맞춰 움직인다. SF 만화에서나 보던 기술이 여기까지 진화한 것이다.
대형 인쇄회사의 출전 제품도 눈에 띈다. 예컨대 일본어로 표기된 포장에 찍힌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읽으면, 제품설명을 다양한 언어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포장을 넘겨보거나 확대, 축소, 회전이 자유자재다. 의약품의 포장 등, 정확한 정보가 요구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활용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인쇄회사의 접객 관련제품도 눈길을 끈다. 스티커사진기 같은 느낌의 기계로 사진을 촬영하면, 20초 정도로 제품 패키지의 표면에 인쇄가 완료된다. “현재는 기업 프로모션에 주로 활용되고 있지만, 향후 관광지의 기념품 제작용으로도 활용하고자 합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뻐하지 않을까요.” 담당자의 말이다.
같은 부스에서 눈에 띈 또다른 제품. 어릴 적 보는 각도를 다르게 하면 도안이 바뀌는 카드를 가지고 논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구조는 아주 간단하다, 표면의 미세한 홈에 맞춰 2종류의 도안이 인쇄되어 있을 뿐이다. 한 면에는 일본어, 다른 한 면에는 외국어 도안을 인쇄하면 어떨까. 기존 기술도 응용하기에 따라 공간을 절약하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소모품에도 담긴 일본의 접객정신
마지막으로 취재팀이 이번 전시회에 담긴 접객정신을 대표한다고 느낀 사례를 소개한다. 고급 숙박시설에 반드시 비치되어 있는 세면도구, 타올 등 어매니티의 출전 부스다. 다양한 대형 화장품 업체와의 협업 상품뿐만 아니라, 일본을 모티브로 한 오리지널 상품의 개발도 실시하고 있다.
다소 무례하게 느낄 수 있지만, 부스 관계자에게 ‘왜 한낱 1회용에 거기까지 고집하는지’를 물었다. 곧바로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다소 무례하게 느낄 수 있지만, 부스 관계자에게 ‘왜 한낱 1회용에 거기까지 고집하는지’를 물었다. 곧바로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왜냐면 손님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요.”
여행의 즐거움과 안락함은, 수많은 기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한 결과다. 2020년은 일본 관광산업의 피크로 예상되고 있지만, 그건 어쩌면 잘못된 생각이다. 새로운 성장의 통과점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HCJ 2016은, 일본 관광산업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였다.
HCJ 2016일정 : 2016년 2월16일~19일
장소 : 도쿄 빅사이트
방문자 : 5만5858명(4일간)
참가업체수 : 811사(1947부스)